폭풍 성장 리셀 시장, MZ 세대의 재테크 놀이터가 된 리셀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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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만 9,000원에 산 운동화가 1,300만 원에 판매되는 현상, 리셀 시장에서는 가능합니다. 일명 ‘지드래곤 운동화’로 알려진 ‘나이키 에어포스 1 파라 노이즈’ 이야기입니다. 나이키와 지드래곤의 협업으로 2019년 판매된 이 신발은 한정판으로 딱 818켤레만 생산됐습니다. 이 신발은 지금 리셀 시장에서 300만~600만 원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한때는 1,300만 원에 판매되어 화제를 모았습니다. 누가 사느냐, 바로 MZ 세대입니다. MZ 세대는 단순히 물건을 소비하지 않습니다. 물건에 담긴 가치와 자신의 취향을 더 중요시하는 이들의 소비 성향은 좀처럼 구하기 어려운 한정판 제품에 웃돈을 얹어 구매하는 리셀테크(재판매한다는 리셀(resell)과 재테크의 테크(tech)의 합성어) 현상을 낳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구매자들을 위해 희소성 있는 상품을 구매한 뒤 차익을 붙여 되팔아 자산을 불리는 리셀테크 현상과 유통 업계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는 리셀 시장을 만나봅니다.
리셀 시장의 매서운 성장, 그 이유는?
리셀 시장은 매년 폭풍 성장하고 있습니다. 작년 미국 중고 의류 업체 스레드업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리셀 시장 규모는 약 48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국내에는 리셀 시장 규모에 대한 정확한 집계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업계는 연간 약 5,000억 원 안팎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올해 7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중고거래·리셀테크하는 Z세대>에 따르면 리셀테크 관련 소셜 데이터 언급량은 최근 3년간(2018~ 2020년) 43.0% 증가했다고 합니다.
초기에만 하더라도 리셀 시장의 판매자와 구매자는 리셀을 하겠다는 목적보다는 순수한 소유욕에서 시작해 물품을 구입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단순히 내 눈에 아름다운 상품이어서 사 모으다 보니 어느새 이게 돈이 되어버린 형국인데, 최초 구매가보다 훨씬 가격이 올라 자연스럽게 리셀테크로 재테크를 하게 된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아예 자산을 불리려는 목적으로 리셀테크에 뛰어든 사람도 있습니다. 부동산, 주식 등 기존 재테크 수단보다 리셀테크는 단기간에 훨씬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고, 주식처럼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리셀 플랫폼에 접속만 할 수 있다면 누구든지 쉽게 리셀테크를 시작할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여기에 최소한 상품의 본래 가격만큼은 보장받을 수 있어 손해 비용 역시 거의 발생하지 않는 안정적인 재테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리셀테크의 필요 충분 조건, 희소성
그렇다면 리셀테크의 품목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요? 바로 희소성입니다. 이 희소성 있는 한정판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이른 시간부터 줄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올해 여름, 샤넬이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하자, 백화점 개점 전 입구에서 매장 입장을 기다리는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시즌별 한정된 물량만을 내놓는 명품은 리셀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 중 하나로, 매년 가격이 올라가는 사넬 가방을 되팔아 재테크하는 ‘샤테크(사넬+재테크)’, 고가의 롤렉스 시계로 차익을 얻는 ‘롤테크(롤렉스+재테크)’ 등이 있습니다.
리셀테크 품목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건 바로 슈즈를 되파는 슈테크(슈즈+재테크)입니다. 한정판 운동화는 리셀 시장에서 가장 많이, 활발하게 거래되는 품목으로 적게는 몇십만 원에서 많게는 몇천만 원으로 가격이 뛰기도 합니다. 1985년 첫 출시된 나이키 에어조던 시리즈는 슈테크 시장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우면서도 고가로 거래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최고가 역시 이 에어조던 시리즈에서 나왔습니다. 재작년 미술 경매 하우스인 소더비는 에어조던1을 56만 달러(약 6억 2,000만 원)에 낙찰했습니다. 이 제품은 에어조던이 첫 출시된 해에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착용한 신발입니다.
명품이 아니어도, 인기 있는 스포츠 브랜드의 운동화가 아니어도 리셀테크의 품목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스타벅스가 출시하는 굿즈와 어른도 가지고 노는 장난감으로 유명한 레고입니다. 재작년 스타벅스가 선보인 한정판 굿즈 ‘서머 레디백’은 리셀 시장에서 개당 10만~20만 원에 거래되는 진풍경을 낳았습니다. 레고는 특성상 한번 조립하고 보관을 잘하면 손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기에 유용한 리셀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리셀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모델로는 타지마할, 스타워즈 밀레니엄 팔콘으로, 레고는 특정 모델을 찾는 수요가 있어도 제품을 더 만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자연스럽게 구매하기 힘든 ‘한정판’이 되어 브랜드의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유통 업계 성장이 기대되는 리셀 플랫폼
한정판 상품에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판매자와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반영하는 데 리셀 시장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여는 구매자가 증가하면서 리셀 시장은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는 작년 3월, 리셀 플랫폼 크림을 선보였습니다. 크림은 1년 만에 누적 거래액이 2,700억 원을 넘어섰으며, 한 달 이용자 수는 45만 명으로, 올해 1월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고, 두 달 뒤에는 벤처캐피털인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알토스벤처스로부터 약 200억 원을 투자받았습니다. 여기에 9월 국내 최대 리셀 온라인 커뮤니티 나이키매니아를 80억 원에 인수하면서 리셀 시장 관련 특화된 정보를 확보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공격적인 투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출자한 코렐리아 캐피털은 작년 유럽 1위 글로벌 2위 럭셔리 패션 리셀 플랫폼인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 5,900만 유로(약 787억 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스페인 최대 리셀 커머스 기업인 ‘왈라팝’에 1억 1,500만 유로(약1,550억 원)을 투자하며 해외 리셀 시장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스니커즈 중개 플랫폼, 크림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는 작년 7월,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을 론칭했습니다. 솔드아웃은 론칭 이후 월평균 12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리셀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다가 올해 5월 에스엘디티로 분사했으며, 블록체인 기업 두나무로부터 투자금 100억 원을 유치했습니다. 솔드아웃은 크림과 함께 리셀 플랫폼 양대산맥으로 입지를 다졌으며, 슈테크 분야에는 가품과 진품을 감별하는 전문가를 두고 이용자의 거래를 도우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유통 시장도 리셀 시장에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미국 최대 규모 리셀 슈즈 매장인 스태디엄 굿즈와 전 세계 최초 협약을 맺고 지난 4월 프리미엄 리셀 슈즈 편집숍을 열었고, 롯데백화점은 국내 최초로 오픈한 한정판 거래 플랫폼 아웃오브스탁과 손잡았습니다. 더 현대 서울은 중고 플랫폼 번개장터와 손잡고 브그즈트랩을 열어 다양한 슈즈 리셀 상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판매가보다 높은 리셀가에 제품이 판매되는 현상, 기업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황당할 것 같은데 오히려 고마워합니다. 리셀 시장의 성장이 제품에 대한 관심을 불러와 오히려 기업 제품의 가치를 높이기 때문입니다. 리셀 시장 거래에 불을 지피는 유통 시장과 리셀테크로 자산을 불리는 MZ 세대들의 신 경제활동. 과연 시장 경제에 활력을 주는 소비 활동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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